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외면일기2009/04/18 02:49


중학교 때 어느 순간인가 문득 '인생은 고해(苦海)'라는 부처님 말씀을, 아무 계기 없이 깨닫게 됐다.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문장이지만,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. 한때는 '아무 조건 없이 나는 얼마나 나일 수 있을까?'라는 알듯말듯한 고민을 책상에 쓰던 이런 어린 시절을 어리게 봤을 때가 있었다.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. 그 후로 지금까지, 그런 총체적인 깨달음과 고민의 순간은 거의 오지 않았다. 그때가 '진짜'였다. 
 
(한껏 양보해서 대학도 포함한) 학창시절은 여러모로 영성(靈性)이 충만한 시절이다. 대학교 4학년 때 교양 수업으로 들은 '문학개론' 시간에 들었던 단어다. 영성(靈性). 멀뚱 수업을 듣는 우리들을 가리켜 가장 영성이 충만할 시기라고 하셨다.(뭔가 행동할 수 있다는 면에서 대학생들을 가리켜 영성이 충만한 시기라고 하신 듯하지만, 내 생각엔 좀 더 어린 나이가 훨씬 충만하지 않나 싶다.) 내가 이해한, 선생님이 쓰신 '영성'의 개념은 이렇다. 자신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, 진심으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, 실천가능한 방법들을 떠올릴 수 있는, 기꺼이 그럴 수 있는 마음.

몸은 자랐는데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. 나밖에 모르고, 먹고 사는 것밖에 모른다. 가진 것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. 아기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.  

기성세대는 배고프게 자라, 때로는 피까지 흘리며 일한 대가로 미래를 얻었다. 하지만 내놓지 않았다. 그 덕에 우리는 배고픔을 모르고 자랐지만 미래가 없어졌다. 상황만 보자면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, 우리가 흡수한 시대정신은 '개인의 행복'이기 때문에 기성세대를 답습한다. 미래도 없고, 손에 쥔 것도 없으면서 꼭 쥐고 내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기성세대 못지 않다.  
 
 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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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이 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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